[뉴시스]'식물 작가' 박상미 "'채식주의자' 같다는 소리 들어요"

15일부터 이화익갤러리서 4년만의 개인전
색면화같지만 한국화 '공존공간' 30점 전시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그게 다 일상안에 있더라고요. 내가 보는 소소한 풍경이 작품의 소재로 그려집니다."

2012년 출산후 붓기가 채 빠지지 않은 모습으로 개인전을 열었던 한국화가 박상미(40)가 4년만에 이화익갤러리에 돌아왔다.

이전 '화분식물'을 선보여 주목받았던 작품은 '식물작가'로 진보했다. 

어두운 먹색 나무등이 화면앞을 지배하고, 각양각색의 화분이 어지럽게 담긴 이전 작품과 달리 식물과 나무가 풍성해졌고, 화면도 단아하게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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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호 아트인컬쳐

매체의 확장과 회화의 조건에 관하여

글 / 장동광

 

동시대 미술이 탈영역화를 지향하는 물결 속에서 동양화 혹은 한국화라고 하는 장르 역시 그 파고로부터 저 멀리 빗겨나 있지는 않다. 어떤 때는 동양화에서의 매체의 확장이 오히려 전위적이고 극단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것은 타 장르에 비해 시대 흐름을 불용(不容)하려는 듯한 저간의 보수적인 동양화단의 기류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수적인 그림자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표현의 매체에 관한 전통 즉 재료적 규범성에서 기인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지필묵이라고 하는 오랜 전통적 매체에 대한 집착은 늘 무거운 지역성 내지는 정신성의 고옥(古屋)에서의 안주를 의미하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통이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어야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에 젊은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은 비평적 주목이 되기에 충분하다.

동양화는 서구의 위치에서 본 아시아 지역의 회화를 지칭하는 것이며, 한국화는 타자의 시선에서 본 우리 민족의 그림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그림의 올바른 이름은 동양화도 한국화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생성된 당대의 현대회화인 것이다. 한국 현대회화(Korean Contemporary Paintings).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회와의 조건이 무엇인가. 그것은 2차원의 평면에 화가가 본 현실의 재현 혹은 추상적 사유를 담아낸 화상(畵像)즉, 그림의 세계이다. 그것이 수묵화이든, 유화이든, 수채화이든 또 다른 재료이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중요한 것은 화가가 그려낸 시대상의 회화적 해석, 조형적 사유의 외현, 그리고 화의(畵意)의 창조적 노정에 관한 해석자들(관객을 포함하여)의 가치판단의 문제일 것이다. 이것에 우리가 동의한다면 매체로 장르를 범주화할 수 없음을 단정적으로 증거하는 회화의 진실이자, 조건이자, 궁극이 아닐 것인가.

 

한국 현대회화의 좌표, 어느 쪽을 향하고 있나?

근간에 본 전시 중에서 김덕용, 장금원, 박상미의 개인전은 이러한 한국 현대회화의 좌표 설정에 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금원의 경우 미국 유학 전에 학부 회화과에서 동, 서양화를 병행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그의 주 전공은 동양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동양화의 지필묵에 대해 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지니고 있다. 필자는 이들의 작품에서 매체의 확장에 관한 실험적 태도를 엿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지필묵의 표현적 기법으로부터 완전히 탈각했다고는 보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들이 현대회화의 기류에 적극적으로 동행하며 새로운 매체실험과 회화의 조건들에 관한 진지한 모색들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주체적 소재와 기법

장금원은 김덕용이 담보하고 있는 보편적 한국미의 정서구현에 비해 보다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내면 정서를 외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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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는 앞의 두 작가에 비해 훨씬 연소한 신진작가지만, 필자가 그에게 주목하는 것은 그의 풍경이 주는 일탈적 변이성 때문이다. 그는 근경과 원경의 법칙과 같은 원근법적 구조에 깊이 주목하면서도 과감한 색채의 조합적 구성을 과감하게 시도하고 있다. 이와함께 그에게서 특별한 것은 화분 혹은 화병 혹은 나무와 같은 식물이 반드시 등장하면서 공간 속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게서 식물은 수묵이라고 하는 전형적인 동양화의 방법론을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라면, 안료로 칠해진 그의 색면들은 인공적 사물의 표상이자 공간의 상징이다. 선묘로 표현된 식물이 유기적이라면 색면의 평면적 공간들은 기하학적이다. 이 둘의 상충적, 대립적 요소들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실제와 환영들을 상기시키는 은유적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박상미의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매체의 복합적 사용과 그것의 변주적 구성에 있다. 즉 안료, 수묵, 연필, 잉크 등을 조합적으로 구사하면서 선과 면의 교차적 구성관계를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근경의 식물은 술어로 위치하면서 원경의 화문을 주어로 대치시키는 역할전이의 표상이다. 일상적 풍경의 사이에서 박상미가 천착하고 있는 조형적 메시지는 자연과의 공존의 문제 그리고 사물들과의 은밀한 밀회가 주는 환영적 지각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다소 장식적으로 읽혀질 수 있는 일러스트적 회화가 이러한 맥락을 동반하며 미적 해석의 여지를 담보하고 있는 것은 바로 매체의 전형적인 표현규범에서 벗어나 회화의 조건에 관한 진지한 탐색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이 세 사람의 개인전과 같은 경향성과 관련하여 매체의 확장이 곧 한국 현대회화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낼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믿음을 버릴 수 없다.